경찰 조사를 앞두고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비슷합니다.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실제 형사 절차에서 이 생각 때문에 불리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과, 전략 없이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 조사는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형사 기록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 단계에서의 진술은 이후 송치 여부, 기소 판단, 재판까지 그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사 전에는 감정보다도 진술 전략을 먼저 준비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경찰 조사 전에 반드시 정리해야 할 진술의 방향, 흔히 하는 실수, 그리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준비 방법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초범이든, 억울한 상황이든, 이 기본 원칙은 대부분의 형사 사건에서 공통으로 적용됩니다.
1) 경찰 조사는 ‘해명 자리’가 아니라 ‘기록 자리’다
많은 분들이 경찰 조사를 “오해를 풀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고 하고, 억울함을 강하게 표현합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관점에서 조사는 사실관계를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는 절차입니다.
즉, 조사실에서 나눈 말들은 다음과 같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 조서 형태로 문서화
- 검찰 송치 시 핵심 자료로 활용
- 재판에서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
그래서 “그땐 그렇게 말했잖아요”라는 질문이 나중에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이 점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진술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2) ‘사실대로 말하면 괜찮다’는 말의 함정
물론 거짓말을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문제는, 사실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입니다.
같은 사실이라도,
- 불필요한 감정이 섞이면
- 추측과 단정이 뒤섞이면
- 앞뒤 맥락 없이 말하면
전혀 다른 의미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었던 것 같다”, “화가 나서 그랬다” 같은 표현이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3) 진술 전략의 핵심 ①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라
경찰 조사를 앞두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머릿속 내용을 두 가지로 나누는 것입니다.
- 사실: 날짜, 시간, 장소, 실제로 한 행동
- 의견/감정: 생각, 추측, 해석, 느낌
조사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언제나 사실입니다. 감정과 의견은 불리한 오해를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먼저 도발해서 화가 나서 밀쳤다”
보다는
“○월 ○일 ○시, ○○에서 상대의 몸을 손으로 밀었다”
처럼 말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4) 진술 전략의 핵심 ② ‘모르는 건 모른다’가 답이다
조사실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억지로 맞춰 말할 때입니다.
수사관이 이렇게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때 몇 시쯤이었나요?”
- “상대가 먼저 손을 댔죠?”
- “이 상황이면 의도가 있었던 거 아닌가요?”
이때 확실하지 않다면,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훨씬 안전합니다.
추측성 답변은 나중에 진술 번복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신빙성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5) 진술 전략의 핵심 ③ ‘말이 많을수록 위험하다’
억울한 상황일수록 사람은 설명을 많이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형사 절차에서는 말이 많을수록 위험 요소가 늘어납니다.
- 불필요한 정보 제공
- 스스로 불리한 정황을 추가
- 핵심과 무관한 발언이 기록됨
진술의 기본 원칙은 질문에 맞게, 필요한 만큼만입니다. 질문하지 않은 내용을 먼저 꺼낼 필요는 없습니다.
6)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미리 구분하라
많은 분들이 극단적으로 대응합니다.
- 전부 부인하거나
- 전부 인정하거나
하지만 현실적인 전략은 이 둘의 중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리 정리해야 할 질문
- 객관적으로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은 무엇인가?
- 해석이나 의도가 문제 되는 부분은 어디인가?
-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는 쟁점은 무엇인가?
이 구분 없이 조사에 들어가면, 조사 흐름에 끌려가면서 진술 방향이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7) 경찰 조사는 ‘첫 단추’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찰 조사에서 작성된 조서는 이후 절차에서 계속 사용됩니다. 그래서 초기에 잘못 끼운 단추는 나중에 고치기 어렵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 초범인데 처벌 수위가 애매한 사건
- 상대 진술과 충돌하는 사건
- 고의·의도 여부가 쟁점인 사건
이 경우 초기 진술 전략이 결과를 크게 좌우할 수 있습니다.
8) 진술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실무 포인트
① 조사 전 메모 정리
날짜·시간·장소·핵심 사건을 간단히 메모해 두면, 조사 중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② 조서 내용 확인
조사가 끝난 뒤에는 반드시 조서 내용을 천천히 읽어봐야 합니다. 말과 다르게 적힌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③ 감정 관리
흥분하거나 억울함을 과하게 표현하면, 진술의 핵심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9) 이런 경우라면 진술 전략이 더 중요해진다
-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인 경우
- 상대방이 이미 진술을 마친 경우
-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
- 형사 처벌 외에 민사·행정 불이익까지 예상되는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솔직히 말하자”는 접근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진술은 ‘말하기’가 아니라 ‘선택’이다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은 단순한 설명이 아닙니다.
어떤 말을 할지, 어떤 말을 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사실을 숨기거나 꾸밀 필요는 없지만, 준비 없이 감정적으로 말하는 것도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조사 전에 진술의 틀을 한 번만 정리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준비 시점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