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하면 정말 못 하는 걸까?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하면 정말 못 하는 걸까

이혼을 결심하고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상대방이 단호하게 말합니다.
“난 이혼 안 해.”
이 말을 듣는 순간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나는 이혼을 못 하는 건가?”

결론부터 말하면,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한다고 해서 이혼을 ‘절대’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방식의 이혼이 가능한지, 그리고 시간과 과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분명히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이혼 거부’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협의이혼과 재판상이혼의 차이, 상대가 끝까지 거부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들을 판례 기준과 실무 흐름에 맞춰 정리해보겠습니다.


1) 이혼은 두 가지 길밖에 없다: 협의 vs 재판

우리나라에서 이혼을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뿐입니다.

  • 협의이혼: 부부가 이혼에 합의하는 경우
  • 재판상이혼: 합의가 안 될 때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경우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하는 상황은, 결국 협의이혼이 불가능해졌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이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2) 협의이혼은 ‘합의’가 전부다

협의이혼은 말 그대로 두 사람의 의사가 완전히 일치해야 가능합니다.
이혼 자체뿐 아니라,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양육권·양육비·면접교섭까지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나는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말한다면, 협의이혼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닙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 “상대 설득하면 법원에서 강제로 협의이혼 시켜주지 않나요?” → ❌
  • “상대가 버티면 평생 못 헤어지나요?” → ❌

협의이혼은 강제할 수 없지만, 재판상이혼이라는 다른 길은 열려 있습니다.


3) 재판상이혼은 ‘사유’가 핵심이다

상대가 이혼을 거부할 때 선택하는 것이 바로 재판상이혼입니다.
이 경우 법원은 “이 부부를 계속 혼인 상태로 묶어두는 것이 타당한가?”를 판단합니다.

재판상이혼에서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하기 싫다는 주장만으로는 이혼이 되지 않습니다.
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민법에서 정한 대표적인 이혼 사유

  • 배우자의 외도(부정행위)
  • 배우자의 악의적인 유기
  • 심각한 폭언·폭행 등 혼인 파탄 사유
  • 장기간 별거로 인한 사실상 혼인 파탄
  •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상대가 거부하더라도 ‘혼인이 이미 깨졌다고 볼 수 있느냐’입니다.


4) 상대방이 끝까지 버티면 정말 이혼이 안 될까?

많은 분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지점입니다.
“상대가 아무 잘못도 안 하고, 그냥 계속 거부만 하면요?”

이 경우에도 이혼이 가능한 상황은 존재합니다.

① 장기간 별거

실제로 판례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사유 중 하나입니다.
오랜 기간 사실상 부부로서의 생활이 단절되었다면, 법원은 혼인이 이미 파탄되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② 반복적인 갈등과 회복 불가능성

폭력이나 외도처럼 극적인 사유가 없어도, 수년간 지속된 갈등과 상담·조정 실패가 누적되면 “혼인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③ 상대방의 태도 자체가 파탄의 한 요소가 되는 경우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실질적인 관계 회복 노력은 전혀 없고, 갈등만 반복된다면 이 역시 고려 대상이 됩니다.


5) “유책 배우자는 이혼 못 한다”는 말의 진실

과거에는 “잘못한 쪽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지금도 원칙적으로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제한되는 구조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판례 흐름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 혼인이 이미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된 경우
  • 상대방에게 더 이상 혼인 유지의 실익이 없는 경우
  • 시간이 충분히 경과해 감정적 책임이 희석된 경우

이런 경우에는 유책성이 있더라도 이혼이 인정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즉, “잘못했으니 무조건 평생 같이 살아라”는 논리는 점점 힘을 잃고 있습니다.


6) 상대의 ‘이혼 거부’가 실제로 노리는 것

실무에서 보면, 이혼을 거부하는 이유는 꼭 “사랑해서”만은 아닙니다.

  • 재산분할이 불리해질까 봐
  • 양육권을 잃을까 봐
  • 사회적 체면, 주변 시선 때문에
  • 상대를 통제하거나 압박하려는 목적

이런 경우 이혼 거부는 협상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는, 재판 기준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7) 이혼 거부 상황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

상대가 이혼을 거부할수록 감정은 더 격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래 행동들은 이후 절차에서 스스로를 불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충동적으로 집을 나가 연락을 끊는 행동
  • 아이를 데리고 일방적으로 거처를 옮기는 행동
  • 감정적인 메시지 폭탄, 폭로성 연락
  • 재산을 숨기거나 보복성 소비

이런 행동은 “이혼하고 싶다”는 주장보다, “갈등을 키운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8) 이혼을 원한다면 먼저 정리해야 할 현실 포인트

상대가 거부하는 상황일수록, 감정보다 구조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 혼인 파탄의 원인이 무엇인지
  • 별거 여부 및 기간
  • 재산 형성·유지 구조
  • 자녀가 있다면 주 양육 구조

이 정리가 되어 있어야, 협의든 재판이든 흔들리지 않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거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한다고 해서 모든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순간부터는 단순한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으로 혼인이 유지될 수 있는 상태인지를 판단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입니다.

중요한 건 감정 싸움이 아니라, 혼인이 이미 파탄되었는지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입니다.
이 기준을 이해하고 준비한다면, 상대의 거부가 반드시 당신의 삶을 붙잡는 족쇄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혼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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